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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인3색 인터뷰 > 정지윤 작가

Interview

by imsi_ 2021. 11. 6.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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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윤 작가

부산 지역에 ‘임시’ 거주중인 작가분들이 계시다고 해서, 화상회의 플랫폼 줌을 통해서 만나봤습니다. 첫번째, 여러매체를 통해 이야기를 전하는 정지윤 작가입니다! 어떤 꿍꿍이들을 가지고 지역을 찾아왔을지, 더 깊은 이야기 속으로 고고, gogo!


Q. 개인 정지윤. 그리고 작가 정지윤은 각각 어떤 사람인가요?

 

따로 떼놓고. 생각해 본 적은 없는데 개인 정지윤은 개인주의자입니다. 혼자서 뭔가를 하는 게 제 일상입니다. 별로 사람들과 관계하지 않아요. 작가 정지윤은 관계하는 사람이 되는 것 같아요. 개인 정지윤은 혼자 하는 거를 굉장히 좋아하는데, 세상은 혼자 살 수 없지 않습니까. 작가 정지윤은 개인 정지윤으로 살아가다가, 이제 이야기들을 좀 겪고 내가 느꼈던 것들, 내가 생각 했던 것들 내가 살아왔던 것들을 좀 엮어서 좀 끄집어내는 사람인 것 같아요. 다른 사람과 관계하는 그런 위치인 것 같습니다.

 

Q. 작가 정지윤은, 작가로서는 사람들과의 관계를 맺는 것을 원하고 바라는 건가요?

 

원하고, 바란다 그럴 수도 있겠네요. 좀 외로울 때도 있으니까. 그리고 내가 생각하고 내가 느끼는 것들을 좀 공유하고 싶기도 하고. 다른 사람들은 이 세계를 어떻게 느끼고 살아가는지 궁금하기도 한, 그런 생각들을 하면서 사는 것 같습니다.

 

Q. 이러한 것들이 작가로서 관계맺기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되었나요?

 

작업이라는 거를 처음 진지하게 생각하게 됐던 거는 분노라는 감정에 의해서 시작이 됐었어요. 남이 봤을 때 굉장히 화가 난 그런 분노라기보다는, 어느 순간 깨달았던 게 나의 열심과 노력이라는 거에 대해서 생각을 해보게 된 계기들이 있었고, 그리고 내가 살아가는 이 세상이 나 혼자 사는 게 아니고 진짜 짜여진. 어떤 시스템 속에 배경 속에 속해 있다는 거를 깨닫게 되면서부터 이야기하고 싶은 것, 짚어지는 것들이 좀 많아졌던 것 같아요. 속해 있고 뭔가 나를 둘러싸고 있는 것들에 대해서 생각하게 됐습니다. 대학생 때, 대학교 졸업할 때쯤에, 그때 조금 절실하게 깨달았고 그러면서 이야기들을 점점 쌓아왔던 것 같아요. 분노로 시작해서 지금은 그렇게 분노하지 않습니다.

 

Q. 작업으로 풀어냄으로 인해서 처음 시작했을 때 분노나 감정들이 수그러든 건가요. 아니면 다른 계기가 있나요?

 

일단은 작업을 하면서 좀 더 이해하게 된 것 같아요. 그런 환경과 상황들을 타협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 같고. 세상이랑 어떤 계기가 있었다기보다는 경험이 많아지면서 그럴 수밖에 없었던 환경. 그럴 수밖에 없었던 배경들. 그리고 그 모든 것들이 어떤 거대한 이때까지 쌓아왔던, 그런 것들에 의해서 형성이 됐다는 거를 조금 받아들인 것 같고요. 그 속의 개인으로서 나, 그리고 개개인의 이 사람들에게 이제 분노하지 않고 좀 더 이해하게 된 것도 있고 궁금한 이야기들이 더 많아진 것도 있습니다.

 

Q. 궁금한 이야기가 많아졌다. 이어서 질문해보겠습니다. ‘답을 구하고 싶은 질문’ 이 있나요?

 

일단 저는 답이 없다고 생각하고요. 뭐든 저도 오늘 저의 이야기와 내일의 저의 이야기와 내년. 그리고 10년 후에 저의 이야기는 계속 바뀔 것 같아요. 지금은 이렇게 느끼고 생각하고 있지만 앞으로 제가 좀 더 많은 걸 경험하면서 또 바뀔 수도 있는 거고, 사실 답은 없다고 생각하고요. 그냥 계속계속 궁금해요. 앞으로 어떻게 사람 사람들이 생각하고 바뀔지도 궁금하고 바뀌지 않는다면 또 공고하게 지켜주는 그것은 뭘까 그런 궁금증들이 계속 생기지 않을까 싶습니다. 답을 내리는 단계는 지난 것 같아요. 답이 없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질문. 질문을 계속하지 않을까.

 

Q. 그런데 답이 없는다는 걸 깨달았으면 질문할 동력이 사라지는 거 아닌가요?

 

저는 그냥 '왜' 라는 질문을 제일 많이 하고요. 뭐라고 표현해야 할까 저는 그 대답 자체가 궁금하기보다는 그 답으로 가기까지의 과정과. 왜 그렇게 됐는지에 그냥 그 과정에 대한 궁금증이 좀 더 많은 사람인 것 같아요. 그러니까 이제 사람과 사람. 사람과 사회 시스템. 그러니까 그 결과보다는 그 관계에서 생성되는 이야기들, 벌어지는 사건들. 이게 좀 더 궁금합니다.

 

Q. 이번에 부산에서 시간을 보냈잖아요 기억나는 점이 있다면 뭐가 있을까요?

 

계단이 진짜 많다. 진짜 오르막길이 많다. 그리고 여기를 다들 오르고 내리는구나. 근데 저렇게 나이 많으신 분들도, 쉽게 오르고 내리신단 말이야 이런 생각 제일 많이 했던 것 같습니다.

 

Q. 계단들을 다니면서 만난 것들, 만난 사람, 겪은 것 그런 것들 중에 기억나는 것이 있나요?

 

되게 재미있는 경험을 했습니다. 제가 지금 묶고 있는 숙소가 5층짜리에 루프탑까지 있는 건물이에요. 제가 지금 4층에 있거든요. 근데 숙소에 있는데 누가 계속 깡깡깡깡 두드리는 거예요. 무슨 냄비 같은 거 있잖아요. 그러면서. 아저씨 문 좀 열어주세요. 아저씨 문 좀 열어주세요. 누가 자꾸 이래. 여기 4층인데. 그래서 창문을 열어봤더니, 오르막에 바로 뒷집이 있더라고요. 그러니까 4층인데 뒤쪽 창문을 열면 집이 있어요. 그곳에서 살고 계시는 이제 할머니께서 부엌에 갇히신 거예요. 문고리가 안에서 고장 나가지고. 그래서 이제 문을 열어드렸는데 저는 이런 경험을 하게 될 지 꿈에도 몰랐고 너무 재미있었거든요. 이게 지형과 동네 분위기 모든 걸 느낄 수 있었던 되게 재미있는 사건이었어요. 그 할머니께서 되게 많은 정보를 주셨어요. 또 숙소에 대해서, 그리고 그 동네에 사람들의 삶에 대해서 되게 간단하게 들을 수 있었던 아주 특별한 경험이었습니다. 그게 되게 많은 걸 말해줬어요. 저한테. 이곳은 이런 곳이구나. 진짜 4층에서 1층에 살고 계시는 분의 문을 열어드리다니.

 

Q. 부산에서 만난 것들이나 만난 사람이나 경험한 것들을 통해서 건져낸 것들이 있을까요.

 

사실 이번에 작업을 진행을 하게 되는 게, 제가 이렇게 계단을 굉장히 많이 오르내리면서 위를 많이 쳐다보게 됐어요. 이렇게 쳐다보면서 많이 오르내렸는데 숨이 차고 계속 내가 위로 바라보면서 움직이는 감각들이 실감이 났다고 해야 되나 저는 이 경험들이 부산에 사시는 분들은 못 느끼셨을 수도 있어요. 이 감각들이 되게 특별하다는 게, 저는 굉장히 평지에서 살았는데 이곳에 오니까 굉장히 그런 감각들을 느끼게 됐거든요. 이 감각 자체를 가지고 조금 깨닫게 되는 경험을 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으로 이번 작업이 연결이 되고요. 부산을 다니는 것 자체가 그 감각 자체를 조금 깨닫게 하는 경험으로 이어진 게 있고요. 거기서 이제 생각이 뻗어나가서 소설 작업까지 연결하게 됐습니다. 계산을 오르면서 진짜 많은 것들을 느꼈습니다.

 

Q. 작가로서 언제 기쁘고, 즐겁나요?

 

작가로서 언제 기쁘고 즐겁냐고요. 있나부터 여쭤보셔야지. 저는 사실 작가 생활하면서 되게 힘들어요. 사실 힘든 게 8할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하고 있냐라는 질문을 주기적으로 하는 편인데, 저 자신한테 좀 뭐랄까 끄집어 낼 수 있는 기회. 그리고 물어보고 들어볼 수 있는 어떤 뭐랄까 만들어진 기회, 좀 해결할 수 있는 건 기회라고 생각해서 그리고 다른 사람들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 계속하고 있는 것 같고, 보람은 내 작업으로 인해서 그런 이야기들이 오갈 때. 내가 이야기를 다 풀어서 풀어냈을 때 그걸 가지고 사용을 생각할 수 있는 계기가 되니까. 그런 이야기들이 오고 갈 때 보람을 느끼는 것 같아요 일반 관람객들의 리뷰 같은 것들을 듣게 될 때 굉장히 큰 보람을 느꼈어요. 근데 그 힘듦을 즐기는 것 같기도 합니다. 고민의 과정에서 오는 그런 힘들을 아마 즐기고 있는 게 아닌가. 그래서 계속하고 있는 게 아닌가, 그거 못하게 하면 더 괴로울 것 같아요. 저는 일단 조용한 관종이기 때문에 저한테 관심을 줘야 합니다. 관심을 받을 수 있는 방법입니다. 그러니까 개인 정지윤은 혼자잖아요. 그런 혼자 쌓아져 있는 그런 아주 음흉한 이야기들을 합법적으로 꺼낼 수 있는 작가라는 신분이 아주 마음에 듭니다.

 

Q. 보통 작업의 시작은 어떻게 되나요?

 

저는 간접 경험을 좀 많이 하는 편인데, 뉴스 보는 걸 좋아하거든요. 너무 거창하게, 그걸로 어떤 거대한 뭔가를 생각하면서 본다기보다는 짤막짤막하게 보는 거를 좋아해요. 어떤 사건들이 있었는지, 근데 보다 보면은 꽂히는 사건들이 있고요. 그 사건에 이입해서 생각해 보는 것 같아요. 그러다 보면은 이야기들이 생각이 나는데, 저는 주로 제삼자 인물을 내세워서 풀어내는 편이에요. 제 개인 경험을, 제 개인 경험과 그런 간접 경험들을 다 이제 섞어서 제삼의 인물의 입을 통해서 이야기 하는 식으로 작업을 하고요. 그 이야기들을 또 그대로 드러내기 부끄러워 가지고. 그 이야기를 편집을 해서 시각적으로, 단편적으로 보여주는 편입니다. 레이어를 많이 쌓으려고 해요. 프로세스를 많이 쌓을수록 더 좋아합니다.

 

Q. 정지윤 작가님 작업 같은 경우에는 3D펜 이나, 글 등 다양하고 자유로운 형태의 매체를 사용하시는 것 같은데, 각각의 매체를 사용하고, 선택한 이유가 있을까요?

 

저는 짜여진 시스템이나 그 속의 관계를 주목을 하고 있으면서, 평소에 제가 듣는 이야기도 그렇고. 제가 그런 주목하고 있는 방식들이 굉장히 강박적이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거든요. 주변에서도 그 강박적으로 집착하고 집중한다라는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어떻게 좀 풀어내거나 시각적으로 표현 할 때 제가 선을 되게 많이 그었거든요. 선 긋는 작업을 많이 했어요. 그것도 집요하게 그었었는데, 그 행위를 하면서, 제의적이다라는 생각도 좀 했었고 좋아요. 그렇게 선을 긋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쌓였어요. 매일매일 이거를 긁고, 쌓고. 그리고 이거를 조금 더 현실로 좀 끄집어 내고 싶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또 3D 펜이라는 툴을 사용을 하게 된 것 같아요. 강박적으로 쌓이는 시각적 이미지도 마음에 들었어요. 그 과정도 뽑아낸다는 그 행위 자체가 좀 더 제 이야기에 맞다고 생각을 해가지고, 3D펜 작업을 꾸준히 해왔었습니다.

 

Q. 본인이 생각하는 작가로서의 구별 지점이 있을까요?

 

저는 작가라는 명칭이 참 애매하다고 생각하는 게. 저도 작가지만 사실 하고자 하는 이야기부터 다루는 매체나 보여지는 이야기가 모든 게 다 다르잖아요. 사실 저는 자신을 작가로 소개한 적은 없는 것 같고요. 그리고 이렇게 집요하게 생각하는 지점이 좀 다른 작가님들보다 더 있지 않나.

 

Q. 앞으로 좀 다루고 싶은 이야기들이 있나요?

 

새로운 매체라든지. 새로운 어떤 무언가가 등장할 때마다, 개인들이 겪는 어떤 사건들이 있잖아요. 그 사건들이 머릿속에 그려지거든요. 그 배경부터 시작해서. 어떤 단편적인 기사라든지, 짤막한 형태를 봐도 이 배경이 굉장히 궁금해지고 그거를 상상하고는 하는데, 앞으로도 그런 식의 작업들이 나올 것 같아요. 다루고 싶은 건 하나 있는데 이건 작업은 아니고. 로맨스 스캠이라고 들어보셨어요. 이제 뉴스나 어떤 그런 것들에서는 한 줄로 나와요. 그 피해자가 몇 살. 누구가 이런 일을 겪었다 하는 그 사건 위주로 이야기가 되는데 저는 사람이 그 사건을 겪기까지의 어떤 배경이라든지, 그런 것들이 머릿속에 그려지기도 하고 좀 더 궁금하기도 하고, 그리고 그런 사건들이 지금을 말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 사건들을 통해서 조금 일시적일 수도 있는데, 그런 이야기들이 궁금하네요. 앞으로 그런 식의 사건들을 좀 가지고 와서 픽션으로 잘 버무려서 이야기들이 나올 것 같습니다. 제가 재밌다고 하다 보니까, 소설 형태가 자꾸 나오는 것 같아요. 메시지를 전달할 때 흡입력이 있으니까, 그래서 자꾸 그런 매체를 가지고 와서 또 그런 질문도 할 수 있거든요. 저 자신한테 그럴 거면 글을 쓰지. 시각 쪽으로 이런저런 시도들을 하냐라는 질문을 저 스스로 하기도 해요. 근데 저는 이야기를 전달하는 방식이 꼭 어떤 텍스트라는 언어적 요소 이외에도 다양한 것들을 가지고 와서 감각을 건드렸을 때 좀 더 와닿는다고 생각을 하기 때문에, 그런 세계관에 오감을 통해서 몸소 느낄 수 있는 그런 것들에 주목하지 않나라는 결론을 냈는데, 앞으로는 어떻게 될지 모르겠네요.

 

Q. 디지털을 통해서 우리가 만나고 있는데 오프라인과의 감각의 차이에 대해서 어떻게 느끼고 계시나요?

 

저는 줌이라는 플랫폼뿐만이 아니고 제가 이제 평소에 가장 많이 접하는 플랫폼이 이런 디지털 기반이잖아요. 근데 그 속에 있을 때는 몰라요. 내가 느끼고 있는 감각이 진짜인지. 아니면 플랫폼 속에서 만들어진 감각인지. 그런 것들을 전혀 못 느끼고 살다가, 실제로 오프라인으로 선생님들을 만났을 때 실제로 그 장소에 가봤을 때. 실제로 그 영화를 봤을 때. 감각이 실제로 봐야만 느껴지더라고요. 줌으로 대화를 잘 하고 있다고 생각을 하고 있다가도 오프라인으로 만나면 그때 우리가 했던 대화들이 정말 많이 정제된 대화들이었구나라는 걸 깨닫는 것 같아요. 저는 그렇습니다. 오프라인이 더 좋아요. 이야기하고 있는 내 자신의 얼굴이 보이지. 근데 오프라인은 내가 안 보이잖아요. 말하고 있는 나는 좀 더 감각이 예민해지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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