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지역에 ‘임시’ 거주중인 작가분들이 계시다고 해서, 화상회의 플랫폼 줌을 통해서 만나봤습니다. 그 두번째 시간은, 사운드 작업과 영상을 통해 작업을 풀어내시고 있는 윤희수 작가님입니다! 어떤 꿍꿍이들을 가지고 지역을 찾아왔을지, 더 깊은 이야기 속으로 고고, gogo!
Q. 작가로서 윤희수라는 사람이 있고, 개인 윤희수가 있잖아요. 각각 어떤 사람일까요?
제 생각에는 작가랑 윤희수랑 이렇게 분리가 되어 있잖아요. 그 분리를 안 시키는 사람도 있나. 아무튼 저는 개인의 윤희수와 작가 윤희수는 분리가 되어야 된다고 생각을 하고 있어요. 어떤 픽션의 인물이 될 수도 있고. 어떤 픽션의 인물, 그리고 기존에 없는 어떤 직업을 만들어내는 그게 작가가 아닌가 싶습니다. 그래서 저 같은 경우에는, 소리에 관심이 많았고, 그래서 어떤 새로운 역할을 만들었는데 '소리 낚싯꾼' 이런 게 그 예가 아닐까 싶습니다. 거의 페르소나 하나 더 있는 느낌, 그게 여러 개가 될 수도 있고.
Q. 이런 페르소나, 혹은 작가로서의 어떤 정체성을 만들게 된 계기가 있을까요.
저 같은 경우에는 진짜 저를 드러내기보다는, 가짜의 어떤 인물을 만들거나 인물이 아니더라도, 작가가 아닌 제 자신을 드러내기보다는 작가로서 저만 어떤 것을. 그냥 이게 픽션이든 진짜든 간에 그동안 해보고 싶었던 그런 우수꽝스러운 행동, 그리고 엉뚱한 행동 같은 거를 사람들 앞에서 진짜 관종 같이 표현하거나, 정말 심각하게 표현하거나 하는 것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Q. 그 과정을 즐기나요?
즐기는 것도 있죠. 저의 작업을 예를 들자면, 소리를 채집하는 곳에서 만나는 그런 사람들. 만나는 사람들과의 대화. 아니면 그 사람들의 시선. 그런 것들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작업도 작업이지만, 거기서 나눈 대화들이나 이런 대화들에서 나온 엉뚱한 이야기들이 재밌어서 그쪽에도 포커싱을 하고 있어요. 저 같은 경우에는 해외에 살았는데 정말 동양인이 하나도 없는 그런 나라에서 살았거든요. 동양인을 되게 신기하게 보는 나라에서. 그래서 어릴 때부터 시선들이 항상 존재해서 뭔가 익숙해진 것 같아요. 그 시선에 대해서 길을 지나가면 이렇게 다 쳐다본다던가. 말을 나한테 건다던가. 사람들이 그래서 그런 것들로부터 약간 좀 다른 시선으로 날 바라봤으면 좋겠다는 그런 생각을 한번 해봤었어요. 그런 것들이 무의식적으로 저한테 나타난 것 같아요. 나는 그냥 동양인만이 아니다. 그냥 난 중국인이 아니다. 약간 이런 식으로 내 진짜, 진짜든 가짜든 어떤 내가 추구하는 이걸 이렇게 봐줬으면 하는 모습들을 있는데, 거기서부터 출발된 것도 있고, 예전에는 그런 식으로 해서 되게 직설적인 작업도 많이 했는데 지금은 너무 직접적으로. 그 메시지를 전달하는 작업은 안 하는 것 같아요. 속에 있던 것들이 해소된 면도 없지 않아 있고요. 동양인에 대한 시선에 대해서 자아가 너무 많이 드러나니까, 포커싱이 다른 주제로 가는 것 같아서. 그걸 좀 없애기 위해서 직접적이지 않은 작업을 많이 하게 된 것 같아요.
Q. 요즘에 집중하고 있는 것, 흥미로워하는 것들?
집중하고 있는 것, 계속하고 있는 전시들에 집중하고 있는 것 같아요. 다른 관심사는 여행. 평소에 이렇게 가보지 못한 그런 장소들. 그렇지만 그 장소들이 관광지면 안 되고, 사람이 잘 아는 곳이면 안 되는 그런 게 있어요. 나만 아는 장소 찾아 다니기. 거기 가서 이상한 걸 찾는 게, 저의 흥미이자 재미입니다. 자꾸 뭔가를 새로운 걸 서칭을 해보고.
Q. 지금 만나고 있는 이 줌이라는 매체 있잖아요. 이 감각이 어떻게 느껴지나요? 오프라인과 비교해서.
줌 같은 경우에는 수업도 이걸로 듣고 회의도 이걸로 하잖아요. 항상 공통적으로 느끼는 게, 그냥 화면을 켜고 넷플릭스 구경하고 있는 기분이 들어요. 내가 이 안에 대화에 제대로 접속하지 않는 느낌이 들고, 굉장히 이질적인 느낌을 받아요. 멀리서 누가 말하는 기분이에요. 저기 한 100미터에서 뭐라고 말하는데 잘 안 들리는 그런 기분. 전달이 잘 안 되는 것 같아요. 그런 사람들의 느낌이 편하긴 한 것 같아요. 이동하는데 시간이나 체력적인 소모가 필요 없으니까. 근데 덜 심각해지는 느낌이 있어요. 오프라인은 약간 진지해요. 진짜 내가 이걸 하고 있구나 이런 기분을, 느낌을 받는데 이거는 약간 남의 일 같고 그런 게 항상 저한테는 있더라고요.
Q. 작가로서 언제 즐겁고 기쁘신가요?
작가로서 행동을, 실천에 옮길 때 가장 행복한 것 같아요. 예를 들면 작업을 하러 어디를 장소를 찾아서 거기서 어떤 소리를 찾고, 녹음하고 녹음된 파일을 작업실에 다시 와서 듣고 그걸 가공하고. 그러는 과정들이 저는 행복하고 즐겁습니다. 혼자 이렇게 작업을 하고 있는 상태, 과정들이 저는 너무 재미있어서 어떤 걸 전시했을 때보다는 그 과정 혼자 그런 것을 찾아보고 나아가는 과정들. 전시도 즐겁죠. 그런데 하는 과정들이 되게 중요하고, 결과물보다는 어떤 과정 자체가 저는 훨씬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어쨌든 작가는 직업이니까 이게 직업으로서의 작용을 해야 이게 제대로 된 거 아닌가 싶어요. 너무 혼자만 이렇게 갇혀서 작업하는 것도 문제가 있지 않나. 발란스가 중요한 것 같아요.
Q. 작가라는 것이 직업이라고 생각하나요?
타인이 봤을 때는 이게 직업인 거죠. 제 생각으로 그냥. 작가는 ‘어떤 삶’입니다.
Q. 작가의 역할은 무엇일까요?
작가의 역할이요. 작가의 역할이 너무 사회적 사회적으로 이렇게 쏠리지 않았나라는 생각을 해봤었거든요. 너무 타인을 위한 미술. 저는 반대로. 어떤 작가의 작업이 너무 타인을 위한 작업이면 안 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어요. 남한테 보여지는 것도 중요하지만 저는 그냥 내 만족을 위해서 작업하는 거라서 입장이 다르다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다르니깐 생각하기 나름이죠.
Q. 주로 사운드 매체를 활용하시잖아요? 매체를 활용하고 이제 혹시 그걸 통해서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나요?
아직까지는 명확하게 정리가 돼 있지 않은데,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 같은 경우에는 우리가 평소에 관심 갖지 않던 소리들이라던지, 관심 갖지 않았던 버려진 장소들이나 이런 데에 대한 어떤 소외된 것들에 대해서 다시 좀 파헤쳐보고 탐구한다던가 그곳에 예상치 못했던 어떤 이미지들을 얻는다던가. 그곳에 가서 그런 것들을 관객들도 같이 보고 느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어요. 그래서 정리를 하자면 관객들이 작업을 통해서 우리가 관심을 안 두던 것들을 관심을 두면서 새로운 감각들을 깨우고, 새로운 것들을 가져갔으면 좋겠어요.
Q. 사운드 매체를 주로 활용하는 이유가 있을까요?
사운드 같은 경우에는 어떤 시각적인 요소들보다는 청각적인 요소에 되게 더 관심이 많이 간다고 해야 되나. 시각적으로는 느낄 수 없는 것들을 청각이나 촉각, 이런 다른 감각들을 통해서 느낄 수 있는 게 있잖아요. 그런 쪽이 더 흥미로워서. 사운드 같은 경우도. 예전에 제 친구, 동료 작가 중에 사운드 작업을 하는 친구가 있었는데 정말 큰 저음 있잖아요. 큰 엄청나게 큰. 스피커의 저음. 처음에 사운드를 건물 안에서 틀었는데 이게 온몸이 다 울리는 거예요. 그런 진동이라든지 분명히 비어 있는데, 어떤 공기가 이렇게 잡혀지는 기분이 드는 거예요. 그 일을 체험하고 나서부터 더 사운드에 대한 매력을 느끼게 되었던 것 같아요.
Q. 작가 생활하면서 본인의 작가 생활이나 삶에 큰 영향을 준 에피소드나 경험이나 인식의 변화를 일으킨 그런 일들이 있는지?
있기는 있는데. 되게 재미없는 대답인데, 저는 해외에 나가서 학교를 다닐 때 되게 많은 경험들을 했거든요. 학교 안에서의 동료들을 보면서 배운 게 제일 많은 것 같아요. 항상 지금도 한국에서도 그렇지만 어디서 배운 것보다 그냥 동료 작가들 한테서 배운 게 제일 많은 것 같아요. 사건이라기보다는 너무나 많은 사건들이 축적되었기 때문에 자세히는 말하기 힘들 것 같고요. 저보다 더 뭔가 다양하잖아요. 저는 관심사가 소리라고 하면, 이 사람은 나무에 관심이 있을 수도 있고, 저 사람은 어떤 사람들 간의 관계에 대해서 관심 있을 수도 있고, 어떤 사람은 테크닉에 대해서 관심이 있을 수도 있으니까. 되게 되게 확장되는 느낌이더라고요
Q. 작업은 어떤 과정, 프로세스로 진행되나요?
프로세스. 아까도 앞에서 말했듯이 새로운 장소들을 서칭을 해서, 거기 직접 가보고. 계속 가보고, 같은 장소를 한 적어도 다섯 번 이상은 가보는 것 같아요. 갈 때마다의 어떤 분위기가 다 다르잖아요. 날씨도 그렇고 시간도 그렇고, 가보고 어떤 지점이 재밌는지에 대해서 나름 정리를 하는 것 같아요. 드로잉이라든지 텍스트라든지 그런 식으로 기록을 남기고 또 사운드는 또 사운드대로 또 채집을 하고. 그곳에서 이제 그 장소에서 사람들이 또 있을 거 아니에요. 그런 사람들을 관찰하고 가끔은 개입을 해서 대화를 시도하기도 하고 그런 것들이 이제 총체적으로 모여서 어떤 작업의 형태를 이루어내는 것 같아요. 매체는 다양하게 나오고 있어요. 일단 가봐요. 일단 뭔가 계획을 철저하게 짜놓은다기 보다는 일단 가서. 예를 들자면 흙 작업을 해도, 어떤 사람은 헤드폰을 만든다고 하면, 이걸 스케치를 떠서 크기는 어느 정도 딱 정확하게 딱 계획을 짜고 들어간 사람이 있는 반면에 그냥. 흙이 있으니까. 흙으로 뭘 계속 만들어요. 추상적으로 만들다가 이렇게 작업이 완성되는 스타일 있잖아요. 저는 후자인 것 같아요. 어떤 계획을 확 잡고 들어가기보다는 계속 관찰하고 있다가 거기서 만들어지는 스타일 같습니다. 저는 계획을 처음에 하지 않아요. 계획을 하지 않지만 나중에 전시를 위하거나 구체적으로 들어갈 때는 계획을 잡는 타입이죠. 계획을 하면 재미없는 작업이 나와요. 저는 다른 사람이랑 다르게, 어떤 사람마다 다 다르잖아요, 방식이. 계획을 잡고 들어가는 사람이 있고 그냥 막 하다가, 떠올랐어. 하다가 하는 사람이 그때 가서 계획한 사람이 있고.
Q. 작업을 계속하게 하는 원동력, 동기부여는 어떤 것인가요?
원동력은 좋은 다른 작가의 좋은 전시를 보면 그런 원동력이 생기는 것 같아요. 전시를 좀 많이 보러 다니는 편인데, 그게 원동력이기도 하기 때문에 전시를 많이 보러 다니는 것 같아요.
Q. 혹시 앞으로 다루고 싶은 이야기 같은 게 있을까요.
앞으로는 많이 작업이 변할 것 같아요. 지금도 지금은 어디 장소에 가서, 직접 체험하고 채집하는 게 그런 게 포인트지만 추후에 그려놓은 그림은 소리를 채집하는 장치들 계속 만들고 있거든요. 그래서 저 대신에 그 장치들이 그곳에, 새로운 장소들에서 어떤 소리를 캡처하는, 채집하는 형태가 될 거라서. 장치들을 제작하는 데 힘을 많이 쏟을 것 같아요.
Q. 그 친구들은 어디까지 가나요?
적어도 바닷 속까지는 갈 수 있을 것 같아요. 실패하면 실패대로 재미있을 것 같고요. 밑질게 없는 없는 장사인 걸로 생각을 하고 있어요. 결과가 나와봐야 알겠지만.
Q. 부산에서 시간을 보내셨는데, 이제 부산을 어떻게 감각하고 계신가요?
되게 지리적 특성이 굉장히 센 도시인 것 같아요. 바다가 있고, 산이 있으니까 언덕들이 되게 많고. 제가 여기 중구만 왔다 갔다 해서 그런 걸 수도 있고. 지리적으로 제가 살고 있는 서울이랑 굉장히 다르니까. 느낌이. 지리적인 게 한 70퍼센트 저한테 와닿고. 나머지는 어떤 음식이든 일단 맛있고요.
Q. 서울은 음식 맛이 없나요?
확실히 다른 것 같아요. 음식이 맛있고 싸고. 지리적 위치, 지리적인 그런 특성들 때문에 되게 새롭게 느껴졌던 것 같아요. 다른 나라 와 있는 기분이에요. 계단이 엄청 많고요. 다른 동네 대부분 다 그럴 것 같은데, 산이 있거나 바다거나 되게 다이내믹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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